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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로 향하는 길: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기대작 & 역대급 한국 영화 라인업

지난주 토론토 국제 영화제가 막을 내렸습니다. 토론토 국제 영화제, TIFF는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는 베니스 영화제의 일부 초청작이 북미에서 최초로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고, 주목받는 북미 감독들의 기대작들이 세계 최초로 프리미어를 갖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TIFF는 관객과 비평가들에게 앞으로 시상식 시즌에서 성공을 거머쥘 영화가 무엇일지 가늠하게 해주는 이정표 같은 영화제로 여겨지죠. 여기서 TIFF 관객상을 받았던 , , 는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거머쥐었던 전력이 있습니다. 토론토는 전 세계에서 가장 길었던 락다운을 거쳤기 때문에 TIFF의 개막은 토론토 다운타운에 큰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오랫동안 TIFF에 참석해왔던 베테랑 관객들과 영화제 주최측 조차도 이렇게 많은 인파는 처..

연출 2022.10.01

모든 할리우드 영화를 관통하는 시나리오 법칙을 깨뜨린 알라딘

1992년에 개봉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은 2019년에 실사 영화로 각색됐습니다. 실사 영화 은 새롭게 해석된 음악과 기억에 남을만한 영상미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영화의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큰 우려를 자아냈던 윌 스미스의 지니는 개봉 이후 영화에서 가장 즐길만한 요소였다고 평가받기도 했죠. 그러나 실사 영화는 음악과 영상미를 제외한 다른 모든 요소에서 매우 실망스러운 연출을 보여줬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최근에 디즈니가 원작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재해석한 영화들은 관객에게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대부분 화려한 영상미와 방대한 규모에 걸맞은 독창적인 세계를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았죠. 하지만 실사 영화의 일부는 원작의 작품성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스토리가 원작에 비..

극본 2022.01.26

애플 티비에서 뭘 볼지 모르겠다면? Apple TV+ 오리지널 콘텐츠 TOP 5 추천

11월 4일 한국에서 첫 론칭한 Apple TV+는 Apple이 만든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넷플릭스와 다른 점은 Apple이 제작하거나 배급을 독점한 오리지널 콘텐츠만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오늘은 Apple TV+의 오리지널 콘텐츠 중 스토리와 연출이 흥미로웠던 몇몇 작품들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코다 (CODA) https://www.youtube.com/watch?v=SmXVuJBiuQM 는 프랑스의 코미디 영화 를 각색한 영화입니다. 영어 제목 는 Child of Deaf Adults의 약자로 귀가 들리지 않는 부모님이나 후견인 아래서 자란 청인 아이를 일컫는 말입니다. 의 주인공 루비 도한 CODA로, 농인 부모님과 오빠를 말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연결고리로 살아왔습니다..

연출 2022.01.26

오징어 게임에 스며든 스탠리 큐브릭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졌거나 현실이 고달픈 456명의 사람이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게임에 초대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2021년 9월에 공개된 이후로 한 달 동안 전 세계 1억 4천 2백만 가구가 시청하면서 브리저튼의 기록을 깨고 넷플릭스 시리즈 중 역대 최다 시청 기록을 세웠죠. 오징어 게임은 한국 어린아이들의 놀이를 잔인한 서바이벌 게임으로 둔갑시킨 흥미로운 설정으로, 기존 창작물에 대한 각색과 속편, 리메이크에 지쳐있던 해외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더욱이 기생충의 사회 비판적인 시각을 흥미로워했고, 부산행, 킹덤 등을 통해 한국이 호러를 해석하는 방식에 열광했던 해외 팬들은 사회 비판적인 서바이벌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연출 2021.11.01

범죄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를 감탄케한 연출의 비밀: 렌즈 플롯

“범죄의 여왕”이라 불리는 애거서 크리스티가 1934년 출간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눈사태로 인해 멈춰선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침대칸 승객 모두가 의심받는 상황에서 마침 이 자리에 있게 된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가 한 시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특이한 설정과 반전, 그리고 다채로운 등장인물로 인해 라디오, 영화, 드라마 등 수많은 대중 매체로 각색을 거쳐오며 관객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중에서 시드니 루멧이 감독한 1974년 영화가 가장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로 알려져 있는데요, 아직까지도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각색한 모든 영화 중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자신의 작품을 각색했던 영상물을 탐탁지 않게..

촬영 2021.10.19

색감천재 웨스 앤더슨의 레전드 성장영화 문라이즈 킹덤 집중탐구: 시작과 끝, 그리고 비하인드

인형의 집같이 정교하고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진 배경과 소품, 대칭적인 구도와 반복적인 카메라의 움직임, 등장인물들의 매끄러운 동선과 동작 등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들은 모든 시각적 요소가 섬세하고 치밀하게 연출되어 있기로 유명합니다. 압도적으로 독특한 미장센으로 인해 고유한 장르를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죠. 그의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주로 미숙한 어른과 성숙한 아이들입니다. 등장인물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에게 무서울 만큼 직설적이지만 대화는 당연하다는 듯 태연하게 흘러가죠. 오늘은 그의 작품 중 사춘기 아이들의 복잡한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는 문라이즈 킹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그의 작품들이 배경과 소품의 섬세한 활용으로 유명한 만큼, 문라이즈 킹덤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배..

색상 2021.10.03

서구에서 한국은 어떻게 왜곡됐나: 해외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한국이 조잡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문학 이론가이자 비평가였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1978년 저서 에서 오리엔탈리즘을 “동양을 지배하고 재구성하며 위압하기 위한 서양의 스타일”이라고 일컬었습니다. 사이드는 문화가 어떻게 the Orient, 즉 동양을 모욕적인 스테레오타입으로 단순화하면서 왜곡했는지, 그리고 유럽은 그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면서 스스로를 정 반대, 즉 우월한 문명사회로 보이게 했는지 분석했죠. 사이드는 의 서두에서 몇 구절의 글을 인용했는데요. 마르크스는 “그들은 자신을 대변할 수 없으며 대변돼야 한다”, 디즈레일리는 “동양은 커리어다”라는 글을 남겼다고 하죠. 그런 사고방식은 아직까지 서양에서 제작되는 영화나 드라마에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습니다. 동양을 그린 서양 영상물들의 상당수는 동양을 자신들의 잣대로 구성하고, 나아가 그..

연출 2021.08.30

시상식을 휩쓸 연출을 중심으로 모아봤다! 2021년 하반기에 북미에서 개봉하는 기대작들

코로나-19 사태로 개봉이 미뤄졌거나 불투명해졌던 영화들이 일 년만에 다시 개봉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머지 않아 관객을 찾아갈 작품들을 중심으로 감독들의 전작, 각각의 고유한 연출, 특색있는 촬영 등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 지난 몇 년 사이 제작된 뮤지컬 영화들은 존재하는 뮤지컬을 각색했거나 오래전에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를 리메이크한 케이스였습니다. 대부분은 안타깝게도 비평가들과 관객에게 실망감을 안겨줬죠. 감독이 전혀 뮤지컬을 연출한 경험이 없거나, 연륜이 있어도 원작인 뮤지컬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고유한 특징을 영화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간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1961년 개봉했던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연출 2021.06.05

무기력한 삶의 끝자락에 선 세계 최고의 지휘자: 그가 위대한 조수미를 거절한 이유는?

이탈리아 출신 영화감독 파올로 소렌티노의 의 한 장면입니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실제 본인의 위치와 같은 존경받는 성악가로 등장해 아카데미 주제가상에 올랐던 이 영화의 주제곡 Simple Song #3를 부르죠. 모두가 감명 깊게 듣고 있는 가운데 무표정하게 조수미를 바라보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극 중에서 이 노래를 작곡한 작곡가이자 지휘자이며, 이 영화의 주인공인 프레드 밸린저입니다. 소렌티노는 이탈리아의 영화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의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을 만큼 이탈리아 영화계에 큰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그레이트 뷰티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죠. 이탈리아와 영미권을 오가며 소렌티노가 본인의 작품에서 주로 다루는 주제는 흘러가는 세월..

연출 2021.03.28

영화에서 미술감독/프로덕션 디자이너가 중요한 이유: 세계관과 룩 (look)을 구축하는 사람들

한국에서는 미술 감독으로 알려져 있는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영화 제작에 있어서 “감독의 눈,” “감독의 손,” “감독의 목소리”라고 불릴 정도로 감독의 비전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감독이 영화의 각본을 어떻게 해석하고자 하는지 이해하고, 그에 따라 촬영 장소, 세트, 의상, 소품 등 관객의 눈에 보이는 모든 시각적인 요소들이 디자인되고 선택되는 과정을 주도하는 것이죠. 이렇게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영화의 전체적인 “룩”(look)을 연구하고 구상합니다. 그래서 웨스 앤더슨이나 바즈 루어만같이 독보적인 미장센을 자랑하는 감독들은 여러 작품에 걸쳐 같은 프로덕션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하죠. 미술 감독 아담 스톡하우젠 (Adam Stockhausen)은 문라이즈 킹덤을 시작으로 10년 가까이 ..

연출 2021.03.04